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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승강제를 둘러싼 두 오해, 법인화와 JF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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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ZEFPK764 작성일19-09-26 00:24 조회26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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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9월, 많은 일들이 한국 축구에 어쩌면 영속적인 영향을 주는 시기일 것입니다. K리그1, K리그2부터 내년부터 재정비될 K3, K4리그에 뛰고 싶은 팀들이 접수 신청을 내는 시한이 바로 9월 말이기 때문입니다. 아산에서 K리그 경기가 계속 개최될 수 있을지 알게 되는 시간도 바로 9월이고 진주시, 인천광역시 남동구 등이 K3리그(혹은 K4리그) 가입을 신청해야 하는 일자도 9월 말입니다. 물론 K3리그의 경우 후에 축협의 허가 절차가 남아있긴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축구 리그인 내셔널리그에 속한 8개 구단들이 향후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데드라인이 점차 다가오고 있습니다. K리그2라는 프로 신에 입성할 것인지, 하부 리그에 합류할 것인지, 혹은 배째고 두 가지 선택을 모두 거부할 것인지 내셔널리그 구단들은 갈림길 중 하나에 들어서야 합니다. 어디든지 쉽지 않은 길인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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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셔널리그 (출처 : 내셔널리그, 나무위키)

 

 이렇게 중대한 시기를 맞게 된 계기에 한국 축구의 승강제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앞으로 K리그1, K리그2 등 프로, K3, K4 등 세미프로, 그리고 K5, K6, K7 등 아마추어(생활 체육) 리그를 하나로 통합하는 한국 축구 디비전이 운영될 것이고 승강제 역시 적용됩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전면적인 승강제가 일어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타당성 있는 시각들도 분명 있습니다. 아직 한국 축구의 산업화가 영글지 않았고 내셔널리그나 K3리그 등 하부 리그에서 뛰는 팀들이 상위 리그에서 적응할 토양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형식으로 승강제를 도입하더라도 한국 축구가 전체적으로 산업화를 이룩해야 하고 전면 승강제를 도입할 것이라면 더욱 그래야 합니다.

 

 다만 그 문제 제기 과정에서 나오는 의견 중에서 조금 더 따져봐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그 중 자주 나오는 이야기 두 개는 하부 리그 구단들의 독립 법인화, 그리고 JFL를 포함한 일본 축구 승강제입니다. 전자는 축구 현장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대목이고 후자는 커뮤니티 등에서 승강제 대안으로 제시되는 주장입니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의견입니다만 더 깊게 따져봐야 할 부분 역시 존재합니다. 이 두 키워드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구단들이 독립 법인화를 해야하는 이유

 

 적어도 내셔널리그 팀들이 디비전 합류를 주저하는 이유를 전국체전의 존재라고 보긴 힘듭니다. 아예 그 생각이 없진 않겠지만 제1이유는 절대 아닙니다. 그게 문제면 우선 K3나 K4로 들어가서 숨을 골라도 됩니다. 정작 이들을 포함해서 내셔널리그 팀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은 독립 법인화에 있습니다. 기존에 팀들은 시, 시 체육회, 혹은 공기업 본사 안에 속해 있었습니다. 독립 법인화는 모기업에서 ‘독립’해서 따로 ‘법인’을 차리라는 말입니다.

 

 원칙적으로 독립 법인화가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시 소속, 지방 공기업(부산교통공사) 소속 구단들은 시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K리그의 시민구단처럼 충분히 독립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프로화가 예정되어 있는 천안시청 축구단은 이미 독립 법인 상태입니다. 중앙 정부에서 운영하는 공기업(경주 한수원, 대전 코레일) 역시 가능합니다. 실제로 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여자배구) 역시 독립 법인 형태입니다. 축구라고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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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배구단 출처: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구단 페이스북

 

 허나 많은 팀들이 독립 법인화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고 지원을 받기에도 더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이는 내셔널리그만의 문제가 아니겠지만 그래도 2010년부터 내셔널리그에 법인화 이슈가 나왔음에도 큰 진척이 없는 것에 분명 구단, 혹은 구단을 지원하는 곳의 의중이 분명 담겨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K리그와 하부 리그 팀들에 독립 법인화를 해야하는 이유가 분명 존재합니다. 자생력을 이유로 대는 사람들도 있고 독립 법인화가 AFC 클럽 라이센스를 취득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회계 투명성입니다. 쉽게 말해 ‘구린 돈’ 만들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구단이 독립 법인이라면 지원하는 쪽과 구단과의 거래가 명백하게 나오기 때문에 속칭 ‘장난’을 치기 어렵습니다.

 

 만약 구단이 독립 법인 상태가 아니라 어느 회사 내부에 속해 있다면 얼마만큼 지원하는 곳과 구단의 거래를 전혀 잡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축구단은 불온한 거래 없이 정직하게 사업한다고 굳게 믿지만 그래도 불투명한 거래로 누군가 이득을 편취할 여지가 있다면 그것을 당연히 막아야합니다. 독립 법인화가 그래서 필요한 것입니다. 그냥 트집 잡으려고 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시의회나 이사회 회의록을 통해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만 회계 관련 서류로 명확한 단서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구단의 재무상태표를 알기 위해서 당연히 독립 법인이 되어야 합니다. 다만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자산이 한 집단에서 다른 독립 집단으로 옮겨 가는 것이기 때문에 구단의 자금 조달이 보다 까다로워지는 측면 또한 있습니다. 그래서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한국이 일본의 승강제를 따라갈 수 없는 이유

 

 물론 당연히 필요한 절차라고 하더라도 독립 법인화를 포함해서 축협이 내거는 조건들을 어렵게 느끼는 구단들이 많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프로와 세미 프로 구단의 몸집은 현격하게 차이 나기 때문에 지하철 노선 갈아타듯이 쉽게 왔다갔다 할 수 없습니다. 특히 한국 축구의 현실을 생각하면 현 시점에서 전면 승강제는 무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커뮤니티 등에서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대안이 일본식 모델입니다. 일본의 축구 리그는 이렇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J1리그, J2리그, J3리그 등 프로 구단이 뛰는 J리그가 있고 그 밑에 비(非) 프로 리그가 존재합니다. 굳이 분류한다면 4부 리그 격인 JFL, 5부 이하 리그의 위치인 일본 지역 리그 등이 있는데 J3리그와 JFL 간 교류도 있습니다. 그 교류에서 사람들이 대안을 찾는 것입니다.

5b737fe8dcd42762e5c418ace916521b3.png 한국 축구의 승강제를 둘러싼 두 오해, 법인화와 JFL

JFL 출처 : 나무위키

 J1~J3리그 간 승강제는 K리그1, K리그2 간의 그것과 대동소이하지만 J3리그와 JFL 간 승강제는 독특합니다. J3리그에서 JFL로 내려가는 팀은 없고 반대로 JFL에서 J3리그로 올라가는 팀은 있습니다. JFL에서 J3리그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팀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승격 조건이 몇 가지 존재합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승격을 원하지 않는 JFL 팀들도 분명 있겠죠.

 

1. 성적 조건

 J3리그에 입성하고 싶어하는 팀은 무조건 당해년도 JFL에서 4위 이상의 성적을 내야합니다. 당연하게도 JFL에 속하지 않고 아예 무에서 J3리그로 입성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2. J3 라이센스

 J3리그에 입성하고 싶어하는 구단은 J3리그에서 제시하는 자격을 만족해야 합니다. 이는 J1, J2리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승격 조건이 되어도 라이센스가 없다면 절대 상위 리그로 올라갈 수 없습니다.

 

3. 백년 구상 클럽 관련

 J리그가 JFL 등 하부 리그 구단들에 제시하는 라이센스가 또 있는데 바로 백년 구상 클럽입니다. 법인, 연고지, 사회공헌 등 J리그가 규정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그 자격을 획득할 수 있으며 이 라이센스가 있고 당해년도 JFL에서 뛰는 백년 구상 클럽 취득 구단 중 2위 안에 들어야 J리그에 입성할 수 있습니다.

(성적 조건 : JFL 4위 이상 + JFL 백년 구상 클럽 취득 구단 중 2위 이상)

 

 실질적으로 J리그에 입성하려면 J리그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만족하고 JFL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합니다. 굉장히 바람직해 보이는 조건이긴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현행 K리그 입성 조건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적 조건이 없으나 K리그2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법인화 등 K3도 적용하는 조건을 포함해서 경기장, 유스 등 K리그에서 제시하는 조건 역시 명백하게 있고 이 조건을 충실하게 따른 구단들만이 K리그2에 입성할 수 있습니다. 결국 현재 K리그도 요구할 것 다 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조건을 만족하는 구단들은 내셔널, K3, 혹은 아예 신생이라도 K리그2에 합류하게 됩니다.

 

 여기에 추가로 K3에서 4위 안에 들어야 K리그 입성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게 되면 J리그 등록 규정과 얼추 비슷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현행 K리그 방식에 성적 요건만 붙이면 J리그 방식이 되는 것이고 JFL를 포함한 현행 일본 승강제 방식을 받아들이자는 안은 결국 '규제'나 다름 없습니다. 신생 구단의 K리그 입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 축구가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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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축구가 통합 디비전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행 K3리그 구단들을 대상으로 몇 가지 규정을 제시하면서 상위 리그로 진출할 것을 대비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2019년 들어 부각되었고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지만 그동안 준비는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안정적인 체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한국 축구의 산업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현행 엘리트 체육만 돋보이게 했던 시기에서 벗어나 한국 축구가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을 하나로 잇는 시도를 하는 행위는 분명 바람직합니다. 이미 대한체육회 등에서 주목하고 있으며 야구, 농구 등 타 종목에서도 이를 적용하고자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움직임을 바람직하게 만드려면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필수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방안으로 의견을 제시하다 보면 좋은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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